2016년 3월 13일 일요일

바알못을 위해 드립으로 정리한 알파고 4국 요약


이세돌이 드디어 이겼다. 그리고 내 논문은 망했다. 이게 다 알파고 때문이다. 지금 언능 실험결과 안나온걸 다시 뒤집어 봐야겠지만 하고 싶은 건 꼭 해야하는 못난 성미 때문에 (ㅠㅠ) 오늘의 승리의 기쁨을 되짚어 보고자한다. 바둑도 고수들한테 치이고, 인공지능 기술도 논문을 자세히 읽어본 분들에게 치일거면, 내 포지셔닝은 바로 드립이닷!


나의 신의 한 수... 가운데 손가락이 눈에 띄는 건 기분 탓일게다. (사진출처)


이렇게 이세돌 9단이 긴장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이세돌 9단이 패배로 허우적 거리는 걸 본 적이 없다.
본인에게 가장 상처로 남았던 패배는 2001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2:0으로 이기다가 3연패 한 기억이라고 한다.

패패승승승, 아니 승승패패패

물론 그때야 19살 꽃다운 나이었고 (나도ㅠㅠ)
멈출 수 없는 질주를 하던 중 갑자기 당한 패배였으니 그랬겠지만...
늙어서 당하면 더 아프다. 치유도 안된다.
그래서 이번 승리는 정말 단 꿀과 같은 승리가 아니었나 싶다.


나도다..ㅠㅠㅠ 최근 커제한테 너무 당해서 상심이 컸었는데..ㅠㅠㅠ (출처:비디오머그)

오늘 대국 요약 들어가겠다.
성인군자야 자기가 못했던 것을 곱씹고 잘했던 건 잊어버린다고 하지만
나같은 범인들은 원래 자기가 잘했던 것만 
하이라이트로 꿈에 나오는게 아니겠나
곱씹자. 곱씹자. 계속 곱씹어야지 ㅋㅋㅋ


<장면 1>

초반은 응???? 2국과 정확히 똑같이 시작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알파고가 2국과 비슷하게 시작하자 이세돌 9단도 똑같이 받아줬는데
그 다음 수도, 다음 수도 알파고가 계속 2국과 똑같이 두는 것이었다!
헐.....

이래서는 이세돌 9단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이미 2국에 대해서는 뭐가 잘못됐는지 충분히 연구가 되었기 때문에
계속 똑같이 두다가 문제의 장면에서 변화를 꾀하면 되기 때문이다.
얍삽이(?)를 발견했는데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하지만 이세돌 9단은 백 12로 빗겨갔다.
이놈의 자존심이 뭔지...
상금도 날라갔는데 최고 기사의 체면에 따라바둑을 둘 순 없지 않은가...
멋있지만...
그냥 우리같은 범인들은 괜한 자존심 세우지말자ㅠㅠ


<장면 2>

바둑 격언에 "두 점 머리는 두드려라"란 말이 있다.
흑 29가 바로 그런 수였다. 
두 점 머리 두드려맞으면 기분이 진짜 나쁘다.

지하철 옆사람이 쩍벌을 시작했는데
내가 오므려야 하는 상황이랄까?

그래서 두 점 머리 두드려맞으면 (만약 상황이 허락한다면)
발끈해서 흑 29 아래를 끊어가며 싸움에 돌입하기 마련인데,
이세돌은 평소의 이세돌 답지않게 움츠렸다.
지난 3국에서 알파고 전투의 강함을 확인했기 때문일까?
이후는 아래와 같이 확실히 흑이 좋아졌다.


<장면 3>

보다시피 두점 머리 맞으면 저렇게 된다.
 백은 오그라들어 있는 반면 흑의 위세가 위풍당당하다. 
다시 말해, 흑은 중앙이 워낙 튼튼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집이 날 가능성이 많고
향후 중앙 전투에서도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결국 중앙과 상변을 깨기 위해 백이 꺼내든 수는 백 40.
위급할 때 자주 꺼내지는 비책 중 하나다.
늘 좋다는 얘기는 아니고,
변화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상대방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세돌이 상대방을 흔들기 시작했다.


<장면 4>

하지만 흑 51로 세점 머리를 또 두드려 맞았다ㅠㅠㅠ
이건 뭐랄까.. 또 한번 "눈 깔어"를 들은 것이다.
이 때 해설진은 흥분하며 "이번에도 참진 않겠죠?" 이랬다.
이번에도 참으면 호이가 계속되어
둘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언제적 드립을...

하지만 이세돌 9단은 또 참았다.
알파고와의 전투가 두려운거냐ㅠ
이렇게 되면 비세(안좋은 형국)가 확실한데
왜 또 참았던 것일까.
결과는 아래와 같이 참혹하다.


<장면 5>

물론  백이 군데군데 집이 많이 났긴 했다. 
좌하귀, 좌변, 우하귀, 우변 모두 백 집이다.
하지만 상변의 백이 거의 잡혀있는 모습이고
흑 69로 중앙을 지켜서는 흑이 거대하게 집이 난 모습이다.
이대로 집을 주어서는 백의 필패.
평범하게 두면 늘 알파고가 우세를 차지하는...ㅠ

승부수가 필요했다. 
백은 아래와 같이 흑 35와 백 69 사이로 돌을 뛰어들어
삭감(상대방의 집을 줄이는 행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는 않다.


<장면 6>

흑은 흑 73으로 버티며 거대하게 집을 지어갔다.
이 수는 마치
"그래봐야 소용 없습니다. 제가 이겼습니다."
하는 수와 같다.
이대로 백 72까지 공짜로 흑 집에 갖다바치며
큰 집을 내어주어서는 백이 이길 수 없다. 
뭔가 수를 내야한다.


하사비스 트잉여, 아니 트위터

실제 하사비스도 이 때 당시 알파고가 예측한 본인의 승률이
70%에 달했다고 한다. 누가봐도 흑이 좋다.

만약 백이 수를 내지 않는다면...

이 때 터진게 바로 아래의 신의 한수 백 78이다.


<장면 7>

이 수를 두기 위해 밤에도 소쩍새는 그리 슬피 울었나보다..,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수다.
어느정도 힘드냐면 알파고의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
검토되지 못했을 정도로 예외적인 수인 것이다...!

이세돌은 이 수를 두기위해 15분을 소모하며 초읽기에 몰렸다.
그만큼 승부처였고, 
뭔가 수를 내지 않으면 (방법을 꾀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백 78은 이세돌이 말한대로 "유일한 수"였고,
이 수로 인해 역전의 불씨를 지폈다.


백 78 "신의 한 수"에 대해 그 수 밖에 없었다며 겸손해하는 이세돌 9단.
그 수 밖에 없는데 딴 사람은 못찾아내니까 신의 한수인거다.

왜 저 수가 신의 한 수인지는 여러가지 변화도를 다 따져보면 알 수 있으나
이 곳은 바알못을 위한 공간이므로 냅두도록 한다.
그러면서 나도 모른다는걸 능숙하게 감춰보도록 한다.

이 후 알파고는 당황한 모습(?)이다.
이제까지 검토에 없었던 백 78을 보고나니 
자신의 승리확률 70% 였던게 갑자기 뚝 떨어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실수를 연발하는데, 
아래처럼 흑 79로 받아서는 중앙 백이 살아가는 수단이 생겼다.
명백한 실수인 것이다.

<장면 8>
<장면 9>

흑 79는 잘못 대응한 수이고, 흑 87은 손해수이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좌하의 뜬금없는 흑 97.
그냥 백 98로 잡혀서는 한점을 그냥 갖다바친 셈이다.
드디어 알파고에게 멘붕이...

이런 떡수를 보자 인간들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이미 필자가 분석했던 이전 글에서 

"떡수는 곧 사망선고다"

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몹시 당황했다.




결국  이건 "진짜 이겨서" 알파고가 떡수를 둔 것으로 판명났고,
알파고가 돌을 던졌다!
(바알못은 진짜 돌을 던져서 포기하는 줄 아시는데,
그냥 돌  두 점을 반상에 올리며 포기를 하는게 대부분이다.)

짜릿한 1승!!!! 두둥!!!!
중요한 장면에서 백 78의 신의 한수에 흑이 어이없이 대응하며
명국을 졸국으로 만들어버린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인공지능을 바보로 만들었다는데
정말 짜릿한 쾌감이 있다 ㅋㅋㅋㅋ
이로써 딥마인드 엔지니어 일요일 야근 확정

알파고는 어떤 방법으로 돌을 던질까?
바둑돌로 DIE를 쓴다고 드립을 치기도 했으나
알파고는 평범하게 팝업창을 띄우며 불계패를 선언했다.
(불계패: 더 두지않고 패배를 인정하는 일. ㅈㅈ)
실제로 이 알고리즘은 아자황이 구현한 것으로
아자황은 단순 바둑돌 셔틀이 아니었다.
모든 수의 예상 승률이 일정 승률 이하일 때
돌을 던진다고 한다.
즉, 알파고는 살 길이 안보였던 것이다.


바둑 X같이 두네... <출처>

이쯤에서 이번 알파고 대국과 관련하여 수많은 팁(?)들을 날린
나의 예언 적중률을 확인해보자ㅋ
나의 논문과 맞바꾼...ㅠ 아냐 아직 희망이 있어ㅠ





* 승부는 대마몰이 or 사귀생 통어복? (O)


알파고는 20-30수 앞을 내다본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에
승부를 본다면 그 이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빠질 수 없는 쥐구멍에 몰아놓은 뒤 
승부를 결행해야 한다.

여기엔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대마사냥!
당연히 대마사냥 과정은 20-30수가 넘어가기 때문에
대마사냥을 시작할 때야 '아.. 여기가 위험하구나'라는 걸 아는데
그 땐 이미 늦은거다.
마치 내 인생이 이미 늦은 것처럼 말이다.

이것보다 안전한 것으로 "사귀생 통어복"이란 말이 있는데,

귀에 실리를 파고들어 포인트를 획득한 후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상대의 
거대한 중앙의 집에 뛰어들어
살아남는 다는 것이다.

통(=관통한다) 어복(=물고기의 배를)

이번 대국은 후자에 해당했다.
왜 그렇게 이세돌 9단이 두점 머리, 석점 머리를
맞으면서 굴욕적으로 참았냐면,
초반에 싸움으로 승부를 볼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큰 집을 내준 뒤
이를 막판에 깨는 형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역시 이세돌 9단...!
혹시 제 글 본 적이라도 있으시면 제게 술 한번..ㅠ





그리고 위의 팁에서 


1. 초반 포석이 공략 포인트라는 것,
2. 맛을 남겨놓는 걸 싫어한다는 것
3. 수순의 묘를 잘 모른다는 것
4. 알파고는 미래를 보고 둔 것이 아니라는 것
5. 패를 잘 할까 의문이라는 것
6. 비관적인 상황에서 알파고는 자멸할 수도 있다는 것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ㅋㅋㅋ
좋아할 때 아니다. 니 논문 걱정해라.
물론 5번 패와 관련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게 아니지만
(3국에서 패를 훌륭히 해냈다.)
그 때는 주로 자체패감 (지역적인 것만 보는 해법)만 사용했고,
또한 패라는 것이 워낙 다양한 종류가 있으므로
(양패, 꽃놀이패 등등.. 바알못은 몰라도 돼)
이걸 다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아직 의문이다.

제일 중요한 건 6번!!!ㅋㅋㅋ
역시나 알파고는 갑자기 승률들이 떨어지자 떡수를 두기 시작했고,
"그냥 진건가..ㅠㅠ"와 "그냥 이긴건가..^^" 사이에서
결론은 이긴걸로 판명났다 ㅋㅋ


오는 15일 마지막 5국을 앞두고 있다. 이세돌 9단의 제안에 따라 이번엔 이세돌 9단이 흑번을 잡을 예정이다.  <사진출처>

마지막으로  '알파고가 오늘 왜 무너졌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분석까지는 아니고...ㅠ

알파고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는
쉬운 장면이든 어려운 장면이든
대부분 비슷한 양의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백 78에 대해 흑 79는 정말 1분 쯤 생각했을까?
그런데 이 장면은 사실 Montecarlo(랜덤서치)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모든 경우를 다 따져봐야 맞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현재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 상황인지 모르기에
너무나 쉽게 흑 79를 실수로 뒀고,
이후 흑 87 쯤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땐 너무 늦은 뒤였다.
(사실 이건 곧 수정될 것 같다. 더 강력해질 알파고..ㅠ)

그리고 그 이전에도 백 78의 가능성을 놓쳤다.
백 78의 가능성을 알았더라도, 
그 이후의 변화를 놓친 것이다.
이것 역시 랜덤서치에서 오는 빈 구멍이다.

사실 사람은 분위기란걸 느낀다.

'아.. 지금 뭔가 상대방이 여길 깨러 들어오겠구나...'
'지금 뭔가를 노리고 있구나....'
'내 등짝이 서늘한 걸 보니 곧 등짝 스매시를 당하겠구나..'

그런데 알파고는 그런 위기감 없이
승률 70%에 취해 룰루랄라 바둑을 뒀고,
결국 의외의 수에 패배하고 말았다.
사실 승부처는 중앙 밖에 없었는데, 
그곳에 "더"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의외의 수"라는 것이 중요하다.
알파고는 먼저 policy net에 의해 
사람이 잘 두었을 법한 수를 추천받는데
사실 백 78과 같이 끼우는 수는 잘 안나오는 수이다.
따라서 이것은 트리서치에서 실패했다기 보다
아예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결국 이세돌의 일격에 알파고는 무너졌고,
눈 베리는(?) 떡수들을 날리며 멘붕을 표현,
결국 GG를 날렸다.

이세돌 9단 축하축하!!!!
그리고 마지막 5국은 흑으로 시작한다고 했는데,
알파고가 지금껏 백으로 둘 때 강했다고는 하나
사실 알파고와의 대국이 막판 집을 세는 데까지는 안 갈 가능성이 높으니
중간에 끝내기엔 흑이 오히려 유리할지도...!
아무튼,

이세돌 화이팅!!!!!

너도 이제 그만 논문 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