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0일 금요일

"건투를 빈다" - 김어준

아무 생각없이 2014년을 맞이하던 날, 페이스북에서 떠도는 몇장의 강연 사진이 내 마음에 '쿵'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바로 딴지일보 김어준씨의 '청춘'에 대한 강연이었다.
"상담해보면 반 이상이 이런 내용이에요. '저는 무얼하며 살아야할까요?'"
"주변이 원해서 하는건지 아님 내가 원하는건지 구분도 못한 채 어른이 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중에서야 이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었단걸 깨닫게되죠"
"자신이 무얼할 때 행복한지도 모르고 사는거에요. 불쌍한 인생이죠."

너무나 와닿는 울림이었다. 왜냐하면 며칠 전 말했던 나의 고민과 너무 똑같았기 때문이다.
"전 사실 제가 무얼할 때 행복한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주변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행복을 찾으려 하는 것 같아요. 온전히 저만을 위해 하는 일은 거의 없는 듯해요. 아마 축구나 태권도할 때 뿐이지 않을까..."
2010년 어떤 오리엔테이션에서 나의 뇌 구조를 그려보라고 했는데 가장 큰 영역에 적었던 부분은 바로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위해 너무도 많은 희생을 하셨다고 생각했고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내 온 인생을 부모님을 위해 살아도 좋지않을까 생각했다. 부모님은 내겐 그만큼 가치있는 분이시니까...

어렸을 때도 반항심에 시험지를 백지로 내고싶은 생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엔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축구하는 학교로 전학 가는건 어떨까 했고, 작곡하는 것이 좋아 작곡으로 예중에 시험을 볼까도 했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는 내가 관심깊었던 심리학을 전공하기 위해 심리학과로 진학하겠다 말씀드렸으며, 부모님께서 원하시던 박사 유학은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나와 맞지않는다며 난 그러지 않을거라 말했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 중 내가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실 그건 부모님의 강압이 있었다기보다 그만큼 나의 욕구가 강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내 행복을 부모님의 행복에서 찾으려했다. 공부를 했던 이유는 순전히 좋은 성적표를 가져갔을 때 어머니께서 주변에 으쓱해하시던 그 표정, 그 것 하나 때문이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아이들은 부모님, 주변의 기대 등의 욕망을 채워주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는 거지. 근데 문제는 말야, 언젠가 그 욕망이 자신이 원하던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는거지."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하는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야. 우리나라엔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데 삶 전체를 써버린 사람, 그래서 자기 공간은 텅텅 빈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이 조언은 사실 몇 달 전 KIST의 한 박사님께서 내게 해주신 조언과도 같았다. 그 박사님은 똑똑하신 것 뿐만 아니라 정말 매일 밤 늦게까지 열정적으로 연구를 하시는 걸로 유명하신데, 박사님도 '내가 이걸 왜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아내분께 물어본 적이 있으시단다. 그랬더니 아내분의 말씀, "당신 그거 할 땐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밌다며~"
맞다. 박사님은 연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러니 나보고도 정말 몰입할 수 있고 할 때 가장 즐거운 걸 찾으라고 하셨다. 굳이 지금하고 있는 '연구원'이란 직업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 땐 그저 '내가 해온게 있는데 어떻게 이걸 버리고 딴걸 해'라고 생각했는데, 강연을 듣고 책을 읽으며 조금씩 내 마음이 바뀌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나는 무엇을 원하는 인간인가"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하나씩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으로 서른해가 되는 올해,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겼다.
"그래. 이제까진 주변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살았다면, 서른이 되어서부터는 온전히 내 인생의 주인이 되도록 하자. 왜냐면 이건 나의 인생이니까."  
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나는 그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승인을 다른 이들로부터 따기위해 아둥바둥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칭찬만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 누가 칭찬해주지 않고, 심지어 비난을 할지라도 내가 온전히 행복할 수 있는 길, 그 길을 걸어야겠다.


이 책에선 또한 자기를 합리화하는 것보다 자신의 선택에 수반되는 추악한 모습까지 응당 수용해야함을 강조하며 자신에 솔직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남의 입장까지 참견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선택은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것을 비용으로 한다. 사람들이 선택을 못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에 따르는 비용을 지불하기 싫어서다." 
"사람들은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갖가지 거짓과 사기를 치는데, 결국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좀먹는 짓이다."
"안타깝지만 그건 그들 몫이다. 할 수 없다. 할 수 없다는 건 상관 없다는 것과는 다르다. 상관있지만, 할 수 없다." 
"양아치가 되자. 그들은 이 땅 특유의 뒤틀린 도덕적 이중 잣대에 오랫동안 짓눌려왔던 대다수의 민간인들보다 정신적 차원에서 건강하다." 
이 책은 사실 논어나 맹자처럼 인간의 삶에 대한 매우 깊은 성찰을 담고있지는 않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관계에 얽혀 제 뜻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쿨한 시각"을 가르쳐주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사실 김어준씨의 사고방식이 어느 정도 파악되고 나면, 이 책은 약간 반복적인 이야기를 느낌도 있긴한데, 그런 의미에선 책보다 아래의 강연을 더욱 추천하고 싶다. 부디 많은 분들도 살아지지 말고, 살아가시길 바란다. 사실 가장 대화를 안해본 상대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김어준 "나는 언제 행복한 사람인가?"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