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부모님 전 심리학과에 갈거예요. 심리학이 너무나 공부하고 싶어요"
부모님 : "너 심리학과 졸업생이 무슨일 하는지 아니? 공대 들어갈 자신이 없어 그러니?"
나 : "그런게 아니예요. 정말 전 사람의 마음이 어찌 동작하는지 궁금하다고요."
부모님께서는 친척들까지 총동원하여 나를 설득하셨고, 결국 나는 인공지능 전문가 또는 정신과의사의 진로에서도 심리학과 연관되어 공부할 수 있다는 타협안을 받아들였고 결국 공대로 진학을 결정하였었다. 이만큼 나는 어려서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매우 컸었다. 대학교에 가자마자 심리학 수업을 가장 먼저 등록했던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이 때 만났던 교수님이 바로 이 책 "프레임"의 저자인 최인철 교수님이시다. 최인철 교수님은 내가 만나본 교수님 중에 아마 가장 멋있는 교수님 중에 한분이 아닐까 싶다. 교수님은 심리학이란 학문을 하신다기보다 본인의 도덕적 마음을 키워가는데 있어 심리학을 즐기시는 분 같아 보였다. 원래 공대로 학교를 입학하셨다는 교수님은 1학년 때 공대가 자기 길이 아닌 것을 깨닫고 바로 다음 해에 심리학과로 재입학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래야하는 사람이 아닐까싶어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을 쫓아가 상담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19살 때 말이다.
내가 워낙 교수님 팬인지라 교수님에 대한 추억이야기가 조금 길었다. 그래도 이 책은 교수님의 멋진 성품을 알면 조금더 이해가 쉬운 책이다. 이 책에서는 사람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고, 특정한 틀 안에서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여러가지 심리학적 근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론에 보면 이 책을 집필함에 있어 저자가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다가갔는지 잘 나타나있다.
"심리학은 우리 마음이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로 가득 차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중략)... 프레임으로 인한 이러한 마음의 한계에 직면할 때 경험하게 되는 절대 겸손, 나는 이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삶으로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결정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상의 프레임으로 자신의 삶을 재무장하겠다는 용기, 나는 이것이 지혜의 목적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아라'라고 하는 것은 내 스타일도 아니거니와 나로서는 주제넘는 일이다. 대신 이 책은 우리 마음의 한계성, 그것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내가 존경에 마다하지 않는 최인철 교수님. 정말 멋진 교수님이시다. |
이 서론만 읽더라도 마치 교수님께서 멋진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얘기하시던 목소리가 전해지는 듯 하다. 교수님은 항상 우리 생각의 한계성,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겸손해져야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얘기하셨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많은 일들의 인과관계,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이미 여러가지 프레임을 거치며 왜곡된 정보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바르게 사느냐는 곧 얼마나 바른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느냐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고작 재테크로 채워져야 할 시시한 대상이 아니다. (중략)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을 때 경험하게되는 절대 겸손, 자기중심적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용기, 과거에 대한 오해와 미래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지혜, 그리고 돈에 대한 잘못된 심리로부터의 기분좋은 해방.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들 개개인의 마음의 창을 점검하고 새로운 창을 갖추는 것은 삶이 우리에게 허용한 가장 큰 축복이자 의무이다."세상을 보면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부터 사회와 사회의 갈등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지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모두 동일한 시각에서 객관적 사실들을 바라본다면 이러한 생각의 차이들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각자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같은 사항에 대해서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고, 더욱 큰 문제는 나의 생각 역시 프레임에 의해 왜곡되었고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뭘 모르는 녀석들이야"라는 상대방에 대한 그릇된 예단도 역시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겸손함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센터장:최인철)에서 제작한 중학생용 행복교과서 |
- 대답은 질문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장기기증을 할 것입니까?"와 "장기기증을 하지 않을 것입니까?"의 질문은 동일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 본질과 관련없는 외적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정장에 사무용품을 갖춰놓으면 캐주얼한 옷에 보통 문구용품을 갖다 놓을 때보다 사람이 더 경쟁적인 자세로 임하게 된다.
- 나의 행동은 상황적인 요소로 설명하지만 다른 사람은 내재적 성격 탓으로 돌린다. 예를 들어 내가 늦은 이유는 상황 때문이지만 네가 늦는건 네가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 나는 너의 외모, 말투, 목소리, 행동 등을 보고 잠깐이면 너를 파악할 순 있지만, 너는 나를 그런 단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나의 선택이 보편적인 선택이라 믿는다. 예를 들어 피켓들기 요청을 수락한 학생은 자신과 같은 선택이 64% 일거라고 답한 반면, 거절한 학생은 23%만이 응할 것이라 답했다.
- 회상된 과거는 실제 과거보다 현재를 더욱 많이 반영한다. 예를 들어 챔피언이 된 사람은 현재를 부곽시키기 위해 과거를 쉽게 깎아내리며, 반면 현재가 초라한 사람은 과거를 더욱 화려하게 회상하곤 한다.
- 미래에 대한 예측 역시 현재 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항상 지금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기 때문에 무리한 계획을 종종 세우곤 한다.
최인철 교수님의 명강의를 들어볼 수 있는 행복에 관한 좋은 동영상! (50분)
이 외에도 좋은 내용들이 너무나 많이 담겨있지만, 이쯤에서 글을 줄이고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라면 꼭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시라 강력히 권해드리고 싶다. (인터넷 서점에서 단돈 5000원이고, 내용도 많지 않아서 단시간 내에 읽을 수 있다. 저한테 말씀주시면 제가 사드릴 수도 있음!)
우리는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살아지는 날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생각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많은 부분은 나의 프레임에 의해 생각이 되어지는 것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떠한 좋은 생각을 갖기위해 노력하느냐에 앞서 어떠한 삶의 태도, 즉 프레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느냐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겸손함은 훗날 남들에게 더욱 큰 평가를 받기위해 위장하는 잔기술이 아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진정한 겸손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문제도 아니요, 그저 나 자신 불완전함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태도인 것 같다.
독서메모를 하기위해 "프레임"을 다시 읽어보며 나는 내가 예전보다 지혜로워지기보다 좀더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다시금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더 지혜로워졌다면 예전보다 더욱더 나의 한계를 절실히 느껴야할 터인데, 요즘의 나는 사실 '난 좀 알게되었어'라며 교만했던 부분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너무나 뛰어나고 멋진 교수님의 모습을 다시 보며 진정성있게 몰입하지 못하는 나에 대해 다시한번 반성의 마음을 가진다. 그리고 나의 미래를 그림에 있어 내가 아직 세속적인 프레임들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게 검토해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멋진 사람이 될거다. 꼭 그럴거다. 겸손하고 반성하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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