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IKEA 광명점이 처음으로 오픈한다고 합니다. (미주에서는 '아이케아'라고 읽더군요.) IKEA는 오픈 초기부터 외국보다 비싼 가격으로 IKEA 호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이 외에도 동해의 일본해 표기, 창업주의 나치 추종 등의 문제로 오픈 전부터 한국을 참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각 나라별 IKEA 가구가격을 다룬 Quarts의 기사에서는 한국 IKEA가 비싼 편이 아니라고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지난 9월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차를 빌려 IKEA에 다녀오는 것이었는데요, 그만큼 IKEA는 저 같은 1인 가구가 저렴한 가구들을 마련하기엔 참으로 적격인 곳이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두 달 전 제가 IKEA를 방문했던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합니다.
캐나다 토론토 근처의 IKEA Etobicoke점
IKEA의 첫인상은 '이거 코스트코 자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창고처럼 쌓여있는 모습이 꼭 코스트코의 그것과 흡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정말 IKEA는 노하우가 많이 녹아있는 곳이구나...'를 느꼈습니다.
먼저 IKEA에 입장하면 연필과 주문표를 줍니다. 이제 여기에 구매하고 싶은 상품의 번호를 적는 것이죠. IKEA는 입구부터 출구까지 놓여진 화살표를 따라가면 모든 쇼룸을 볼 수 있게 만들어놨는데요, 이렇게 여러 쇼룸을 보면서 그 중 맘에 드는 가구를 주문표에 적으면 되는 것이죠. 입구에선 종이로 된 줄자도 나누어 주었는데 그것도 참 요긴했답니다.
제품마다 고유번호가 적혀있고 이 제품이 위치한 창고의 주소도 적혀있다. IKEA의 마지막에는 창고가 등장하는데 이곳에서 나의 주소에 따라 제품을 찾아가면 된다.
이곳이 바로 IKEA의 시작! 여기서부터 화살표를 쭉 따라가면 된다.
이제부터 할 일은 여러 쇼룸들을 지나며 맘에 드는 가구를 주문표에 적는 것입니다. 전시되어 있는 가구들은 각자 고유번호와 이것이 창고의 어느 곳에 적재되어 있는지에 대한 위치가 택(tag)에 표시되어 있는데요, 이것을 적어 두었다가 화살표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창고에서 제품들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지요.
화살표를 따라 나타나는 쇼룸들의 모습
쇼룸을 돌며 보이는 멋진 가구들은 대부분 조립식이랍니다. 나중에 창고에 찾으러 가보면 대부분 분해된 상태로 납작한 박스에 담겨있죠. ('그 큰 가구가 여기에 다 들어가?' 싶을 정도로 분해와 포장이 잘 되어있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큰 가구도 대부분 직접 운송을 하는 편이랍니다. 제가 약 100km 떨어져 있는 저희 집이 있는 침대를 배송하는데 얼마나 드냐고 물어봤는데, 직원이 '왜 그걸 배송하려고 하지?'라는 표정으로 찾아보더니 20만원 가까이 든다고 하더군요. (배송은 역시 한국이 짱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다들 SUV나 픽업트럭 등을 사랑하다보니 큰 가구도 직접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IKEA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창고의 모습. 이곳에는 박스 포장된 가구 조립품들이 박스에 담겨있다. 물론 이 모든 걸 직접 운반해야 한다.
IKEA의 백미는 역시 마지막에 위치한 창고입니다. 쇼룸을 돌며 적어뒀던 "Area D" "Bin 55" 등을 따라가면 제가 찜했던 제품들이 박스에 잘 포장되어 있죠. 아무리 카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을 직접 옮기는 일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랍니다. 저도 정말 허리 휘는 줄 알았죠. (왜 이렇게 많이 골랐을까 후회도 많이 했답니다ㅠ 결국 몇 제품은 운송을 포기했죠ㅎㅎ) 창고의 모습을 보니 코스트코와 매우 유사하죠? IKEA는 정말 코스트코의 가구버전 같았답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떨까요? 저는 의자를 약 5만원에 구입했고, 책상 서랍과 책장도 약 4~7만원에 구입했답니다. 저렴한 편이죠? 이 곳에는 가구 뿐만 아니라 예쁜 전등, 욕실용품, 액자, 그림 등 인테리어 용품도 많이 있었는데, 이것들이 특히 지갑을 열게 만들더군요.
저 납작해 보이는 것이 사실 책장이다. 엄청 무거워서 혼자 옮기는데 죽는 줄 알았다.
사실 IKEA 내에서의 경험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가구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저렴한 가격에 이것을 사서 직접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죠. 하지만 문제는 IKEA를 나와서부터 였습니다.
먼저 이 가구들을 혼자 옮기려하니 매우 힘들더군요. 아마 다들 IKEA를 가는 이유는 '의자 하나' '책상 하나'만을 사기 위해서는 아닐 겁니다. 그곳에 가면 여러 가구들을 사게되고, 아무리 박스에 잘 포장되어 있다고는 하나 이것들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죠. 그래서 옮기는데 참 고생이었답니다.
두번 째 고생은 조립이었습니다. 힘겹게 옮긴 후 집에 돌아와 가구를 조립하는데, 방안에 앉아 나사를 죄고 부품을 끼우고... 가구 4~5개를 조립하는데 장장 6시간 정도가 걸렸답니다. 이게 뭐 원터치로 쫙~ 펴지고 그런건 아니니까요. 서랍을 예로 들면 각 판들을 나사로 체결하고, 움직이는 가이드도 나사로 체결하고, 문고리도 달고 등등... 설명서를 읽고 조립하는게 참 피곤한 일이더군요. 나중에는 '이렇게 20만원어치 가구를 사는데 기름값 들이고 직접 나르고 조립까지 할 것이었다면 5만원 쯤 더주더라도 집에 완성품 배송되는게 훨씬 낫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가구 조립으로 쓰레기장이 된 내 방..ㅠㅠ 정말 고생이었다ㅠ
가구 정리가 된 후 깔끔해진 내 방 -_-v
한국 IKEA는 과연 성공할까요? 저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분명 초반에는 잘 되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렇게 녹녹치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첫번 째 이유는 배송 문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책 한권을 사도 무료배송이 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을 애용하는데요, 이는 SUV나 픽업트럭 등으로 침대마저 직접 실어나르는 미국의 문화와는 참 다른 것이죠. IKEA 광명점은 광명시내 배송의 경우 29000원의 배송비부터 시작하여 서울까지는 약 5만원 정도의 배송비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IKEA는 기존 인터넷 가구업체들에 비해 크게 싸지 않으며 (오히려 비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주 고객층은 아마도 온라인 고객보다는 오프라인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IKEA가 고전을 할 것이라 예상하는 두번 째 이유는 바로 혼수 문화입니다. 가구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고객들은 아마도 결혼을 앞둔 부부일텐데요, 우리나라는 결혼할 때 대부분의 가구를 구매하고 나중에는 이를 보완하는 가구들을 추가 구매하는 형태가 많죠. 따라서 가구에서 혼수 시장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아마 절반을 포기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많은 신혼부부들이 IKEA에서 가구를 구매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혼수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가구를 구매한다기 보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로서 비용적 측면의 구색 맞추기로 이루어진다는 측면을 보았을 때 혼수 가구로 IKEA를 선택하는 부부는 아주 많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네요. (물론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신혼부부라면 IKEA를 선호하겠지만 말이죠.)
IKEA 광명점 조감도
하지만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바로 1~2인 가구의 증가이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자취하는 사람들에게 IKEA만큼 가구를 쇼핑하기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혼자 사는데 멋드러진 가구점에 들어가기도 머쓱하고 그랬었는데요, (나만 그런가...;) IKEA는 백화점식으로 실용적 가구가 쫙 펼쳐져 있다보니 부담없이 쇼핑도 할 수 있고, 1인 가구면 양도 많지 않을테니 옮기는 데도 큰 문제가 없을테죠. 따라서 이런 고객에게는 IKEA가 상당히 인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한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점점 집안의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스스로 꾸미는 집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예전 부모님 세대에는 혼수용품으로 자개장, 이불 등을 잘 마련하여가 평생 쓰는 것이 문화였다면, 요즘 세대들은 여러가지 소품 욕심도 많고, 이런 것을 쇼핑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으로 생각하죠. 따라서 IKEA는 실용적인 신세대 부부들을 위한 하나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을가능성도 클 것 같습니다.
어떨까요? IKEA는 과연 한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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