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구글의 행보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합니다.
네스트 인수 뛰어넘는 ‘신의 한 수’ 보스턴 다이나믹스
구글은 올해 1월 13일 네스트(Nest)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출시 제품으로는 실내온도 제어장치와 실내유해물질 감지기뿐인 이 신생기업을 구글은 무려 3조 4천억 원에 인수했는데요. 이는 구글의 유튜브 인수액(1.6조 원)보다 크고 모토로라 인수액(14조 원)보단 작은, 구글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이러한 기술 기업 인수를 통해 구글은 “사물 인터넷 (Internet of Things)” 시장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사실 로봇을 공부하는 제가 보기엔 네스트 인수 한 달 전 이보다 더 엄청난 ‘신의 한 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로봇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신기원’을 이룩했던 바로 그 위대한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인수입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구글은 지난 해 12월 14일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마무리 작업을 끝냈다고 합니다. 이로써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2013년 구글이 인수한 여덟 번째 로봇 기업이 됐습니다.
로봇 시연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잖아!
사실 로봇의 시연 영상을 보시는 많은 분께서 ‘이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거나 ‘일부러 어려운 동작을 피해가며 시연한 것 아니냐’ 등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주시곤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네, 맞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많은 로봇들이 통제된 환경에서 검증된 동작만을 시연하는 동영상을 찍은 채 ‘곧 상용화가 될 것’이라는 허언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합니다. (어디 갔니? 수질을 관리한다던 로봇물고기들아……)
특히 티끌 하나 없는 평평한 시연장 바닥과 웬만큼 밀어서는 끄떡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왕발바닥, 그리고 규수 집 처자 뺨치는 로봇의 조심스러운 몸가짐은 성공적 보행로봇 시연의 3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차원이 다른 자신감 ‘빅독’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높게 평가받는 점은 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면 내 손모가지를 걸겠다’는 투철한 타짜 정신으로 진정한 보행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데 있습니다. 보행기술에 관련하여 세계 최고의 기술, 아니 세계 넘사벽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1992년 MIT의 레그 랩(Leg Lab)에서 스핀오프 되어나온 이 기업은 2008년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동영상 하나를 발표합니다.
바로 2005년 개발된 빅독(Big Dog)의 개량 버전인 알파 독의 동영상이었죠. 알파 독은 기존 로봇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평지는 물론 급경사의 산지, 눈 덮인 야지, 진흙으로 구성된 습지 등 다양한 지형을 걸을 수 있었죠. 더욱 놀라운 것은 얼음을 밟아 미끄러지거나 외력에 의해 균형이 무너졌을 때도 매우 빠른 판단과 보상 동작으로 다시 보행 밸런스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분께서 빅독의 현재 안부를 궁금해하시는데요. 빅독은 현재 무게와 소음을 줄이는 한편 보행성능, 수송용량 등을 향상하여 LS3(Legged Squad Support Systems)라는 이름으로 실전 투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2019년까지 군인을 54만 명에서 42만 명까지 감축하며 그 공백을 LS3와 같은 로봇 병력으로 채운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치타로봇’ ‘와일드캣’ 4족 보행기술 꽃 피우다
‘동물처럼 달리는 로봇을 만들어 보자!’라는 그들의 도전에 있어 빅독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였습니다. 빅독이 그저 한번 만들어 본 시험(?) 작품에 불과하였다면 치타 로봇(Cheetah Robot)과 와일드캣(WildCat)은 이들의 4족 보행기술이 꽃을 피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빅독은 매우 잘 만들어진 4족 보행로봇이긴 하지만 그들의 눈엔 아직 ‘느리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진 로봇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치타를 연구하기 시작했죠. 치타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부터 시작해서 걷고 뛰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말과 같은 4족 보행 동물은 걷는 것(walking)과 속보(trotting), 그리고 뛰는 것(galloping)이 다른 패턴의 움직임을 가진다고 알려졌습니다.
또한 ‘좋은 로봇은 좋은 디자인에서 시작한다’는 말처럼 로봇 디자인에 대한 고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개발 이슈였습니다. 결국, 그들은 2012년 치타 로봇과 2013년 와일드캣을 발표하였고, ‘역시 보스턴 다이나믹스구나!’라는 넘사벽의 명성을 얻습니다.
도전의 현재형 휴머노이드 로봇 ‘펫맨’
그들 도전의 마지막 줄기는 바로 휴머노이드입니다. 다이나믹스계의 슈퍼스타인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세상에 대한 직무유기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역시나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2009년 발표한 펫맨(Petman)은 작은 키로 종종걸음을 떼던 아시모(Asimo)를 비웃기라도 하듯 롱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만큼 동역학 계산과 외란(disturbance)에 대한 대응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지요. 빅독에게 미들킥을 날리던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학대 본능은 펫맨에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걷고 있는 펫맨을 밀면 ‘왜 밀어!’라며 다시 제자리로 찾아와 걷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글 로보틱스의 미래
어떤가요? 이쯤 되면 3조 4천억 원에 이르는 구글의 네스트 인수 소식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인수 소식이 더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구글은 작년 안드로이드 개발의 수장인 앤디 루빈(Andy Rubin)이 로봇 프로젝트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인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물 인터넷 분야에 욕심을 가지고 있는 구글로서는 로봇 사업의 진출이 어쩌면 당연한 행보일 수도 있겠지요.
특히 작년 2013년 한 해 동안만 구글은 총 8개의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실리콘밸리에 있는 로봇공학자 대부분을 흡수해 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사실 약간 과장이긴 합니다). 척박한 땅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일구었던 앤디 루빈, 그리고 4족 보행로봇계의 신기원을 이룩한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벌써 이들의 ‘크로스!’가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이 글은 필자가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글 입니다. 슬로우뉴스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lownews.kr/author/terry-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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